인상적인 집

처음 만난 건축가에게 ‘아파트 같은 집을 지어 달라’ 했다지만, 결국엔 부부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되어버린 고기동 주택의 이야기다.

동쪽을 향해 앉은 주택. 경사지에 자리한 단지 특성상 멀리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정원을 침범하지 않고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북쪽을 향해 경사진 조용한 언덕배기 마을, 방금 외출에서 돌아온 안주인은 활달하게 인사를 건네며 손님을 맞는다. 부부와 애견 한 마리가 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규모의 이 집에 입주한 지는 만 1년이 되어간다. 단독주택에 오고 나서는 아파트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건축주 정다운 씨. 손이 많이 가는 주택생활을 꺼리는 여느 안주인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특징인 주택건축이지만 생활하기에는 아파트 구조가 편하다는 생각에 거실과 주방은 오픈하길 요구했다. 직접 실의 위치를 그려 상담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나 건폐율 기준에 맞추자니, 손님방은 침실을 따라 2층으로 올리게 되었고 계단실을 넓히고 싶던 계획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덕에 넓은 공용 공간과 아늑한 개인 공간, 만족스러운 난방비를 얻게 되었으니 마음에 들 수밖에. 대신 주방과 다용도실, 파우더룸의 가구 배치 등 디테일한 부분은 원하는 대로 제작해 넣었다.

깊이감 있는 수납장을 짜 넣어 깔끔하게 정리한 현관  /  외국 여행을 즐기는 부부는 그간 묵었던 호텔들에서 보았던 이미지를 현관에 실현하고자 했다.

따스한 색감의 인조석과 스터코로 마감한 주택 외관. 경사지에 자리한 부지의 특성 덕분에 주차장과 창고, 보일러실 등을 지하에 배치할 수 있었다.

물 맑은 고기리계곡과 광교산의 울창한 숲이 지척에 있고 서울 - 용인간 고속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를 마주한 윤지호 건축사는 자연과 조화되는 풍경화 같은 집을 떠올렸다.

대지보다 높은 남쪽으로는 이웃집이 인접한 탓에 현관과 계단 등 외부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실들을 두고 자연채광을 위한 창만을 배치했다. 대신 동쪽은 마당을 내다보며 햇빛을 적극 받아들이도록 큰 창을 계획하였다. 

비정형의 앞마당에는 소담스런 정원을 꾸며 실내에서 바라볼 때 더욱 풍요로운 감성을 느끼게 하였다. 

구획 없는 실 배치와 큰 창을 통해 주방, 거실, 정원까지 한눈에 연결되는 공간감이 내부에 풍족함을 더한다.

SEC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 대지면적 : 364.00㎡(110.10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 72.59㎡(21.96평)

연면적 : 212.53㎡(64.29평) / 건폐율 : 19.94% / 용적률 : 37.30% /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8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 내력벽 / 지붕 - 우레탄 도막방수 위 무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거멀접기 /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20㎜

외벽마감재 : 인조석 패널, 스터코플렉스 / 창호재 : LG하우시스 시스템창호

심플하게 꾸민 메인 주방.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 가전, 복잡한 살림살이는 보조 주방에 넣어두었다.  /  데크 역시 일반적인 직사각 형태에서 벗어나 조형미를 강조했다.

현관과 계단실의 조도를 밝혀주는 남쪽의 긴 창  /  바닥면까지 가득 채운 긴 창은 실내에서 더욱 깔끔하다. 

조명과 가구를 비롯해 집안 곳곳의 인테리어 아이템까지, 안주인의 센스가 가득하다. 간간이 그녀의 자수 작품도 접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경사진 부지를 활용하여 부부가 꿈꾸던 지하 차고를 비롯해, 창고와 보일러실 등 부속실을 주공간과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었다.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는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마당, 거실, 주방, 식당은 일렬로 연결하여 건축주의 요청을 실현하였다. 주방과 식당에서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집안 풍경은 아파트에서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2층은 부부의 침실이 메인이다.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을 지나서야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서도록 계획하였다. 부부는 침실의 발코니창을 통해 아침마다 동쪽 햇살을 받아 기분 좋게 눈을 뜬다. 경사 지붕이 드러난 다락은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널찍한 외부 테라스와 연계되어 안락하고 조용하다. 

오롯이 휴식과 취침만을 위해 꾸며진 부부침실 침실에 들어서기 전 파우더룸과 욕실, 드레스룸을 거치도록 계획했다.

PLAN - 1F (72.59㎡) / PLAN - 2F (63.19㎡) / PLAN - ATTIC (27.60㎡)

남편이 주로 사용 중인 다락. 지붕선을 따라 자리한 천창과 너른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열정을 다해 집짓는 과정마다 동참하고 인테리어 마무리까지 해낸 건축주는 그 여세를 몰아 취미였던 프랑스 자수에 매진하고 있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자수 작품들은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퍼져 개인 수업까지 연결되었다. 새로운 작품을 사진으로 선보일 때마다 집안 곳곳이 예쁜 배경이 되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소개하는 글에는 자수가 포인트가 되어준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완성하는 프랑스 자수처럼 차근차근 완성된 고기동 주택. 부부의 앞날을 그려갈 아름다운 기틀이 되고 있다.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실 / 북쪽으로 놓인 거실의 액자창 앞에 앉아 자수를 놓고 있는 정다운 씨. 그녀 곁에는 애견 마루가 늘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