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 판단(pandan) 잎을 넣고 지은 쌀밥에 볶은 멸치, 삶은 달걀, 볶은 땅콩, 오이, 삼발(sambal, 고추, 샬롯, 소금, 설탕 등으로 만드는 매운 양념) 등을 곁들인 요리이다.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아 먹기도 하지만 접시 대신 바나나 잎을 사용하는 것이 전통적 방식이다. 나시르막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20세기 이전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식생활에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요리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아침식사 메뉴로 선호된다.
나시(nasi)는 말레이어로 “쌀밥”을 의미한다. 르막(lemak)은 “기름 또는 지방”을 뜻하는데, 요리와 관련하여 사용될 때에는 “코코넛 밀크”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을 뜻한다.
나시르막의 기원이나 역사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학자들은 과거 농부와 어부들이 밥에 반찬을 이것저것 곁들여 먹던 식사가 하나의 요리로 자리 잡아 오늘날의 나시르막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쌀밥은 예로부터 말레이시아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식탁에 늘 올라오다시피 했던 밥은 여러 방법으로 조리되었다. 물만 넣고 지은 것부터 참기름이나 강황, 사프란 등의 향신료를 넣고 지은 것 등 다양한 종류의 밥이 발달했다. 한편 야자나무가 우거진 해안가에서는 코코넛이 흔해 코코넛 밀크를 넣고 밥을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한 코코넛 밀크 밥에 마찬가지로 바닷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멸치 등으로 만든 반찬을 곁들여 먹었는데, 이러한 식사 형태가 나시르막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과거 농부들이 일을 나설 때 가져간 식사가 나시르막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농부들이 쌀밥과 반찬 몇 가지를 운반하기 편리하도록 바나나 잎으로 감싸 일터에 가져갔는데, 이처럼 밥과 반찬을 바나나 잎 위에 한데 놓고 먹는 방식이 이어져 나시르막이 탄생했다고 본다.
나시르막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20세기 이전부터 말레이시아에 존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909년 발간된 리처드 올로프 윈스테트(Richard Olof Winstedt)의 『말레이인의 생활(The Circumstances of Malay Life)』에 나시르막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또한 1935년에 나온 한 신문 기사에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내 캄퐁 바루(Kampong Bahru)에 위치한 시장에서 나시르막을 판매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영업 중인 나시르막 노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로 인정 받는 나시르막 탕린(Tanglin) 주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노점은 1948년부터 나시르막을 판매해왔다고 한다. 1970년대 전후에는 사람들이 나시르막 행상을 세워 바나나 잎으로 포장한 나시르막을 사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행상들은 어깨에 진 나무 바구니에서 나시르막을 꺼내어 팔았다.
나시르막은 밥 중심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잘 어우러지고 저렴할 뿐 아니라 먹기 편하다는 이점도 있어 금세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오늘날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 각지의 노점부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까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2009년에는 말레이시아 통일문화예술유산부(Ministry of Unity, Culture, Arts and Heritage)에서 유적지, 회화, 민속무용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국가 유산(national heritage)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나시르막이 포함되었다. 또한 인접한 싱가포르에서도 나시르막을 많이 먹는다.
나시르막 구성에는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밥과 반찬 다섯 가지 안팎이라는 점 외 엄격히 정해진 틀은 없다. 특히 오늘날에는 멸치, 삶은 달걀, 땅콩, 오이, 삼발 등 전형적인 나시르막 반찬에서 벗어나 렌당, 오징어, 튀김 등을 밥에 곁들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이나 만드는 사람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 전통적인 나시르막
코코넛 밀크, 판단 잎을 넣고 만든 밥에 볶은 멸치와 땅콩, 삶은 달걀, 오이 등 전형적인 반찬과 삼발을 곁들인다.
•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만드는 나시르막
코코넛 밀크를 넣지 않고 밥을 짓는 경우가 많다. 말레이시아 내 다수의 이슬람교도와 달리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가 없으므로 돼지고기 반찬이 등장한다.
•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만드는 나시르막
닭 튀김, 소시지, 런천 미트, 어묵 등 전통적인 나시르막 반찬과는 다른 반찬들이 널리 활용된다.
•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이 만드는 나시 르막
전형적인 나시르막 반찬에 커리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닭고기 커리, 양고기 커리, 생선 커리 등 다양한 종류의 커리가 사용된다.
다음 요리들은 코코넛 밀크를 넣고 지은 밥에 반찬을 곁들여 먹는 요리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 나시다강(nasi dagang)
코코넛 밀크, 호로파 씨, 샬롯(shallot), 생강 등을 넣고 만든 밥에 생선 또는 닭고기 커리, 튀긴 코코넛 채, 삶은 달걀, 채소 절임, 삼발 등을 곁들인 요리이다. 말레이시아 동부에서 아침식사 메뉴로 주로 먹으며, 라마단의 종료를 축하하며 먹는 요리이기도 하다.
• 나시우둑(nasi uduk)
코코넛 밀크를 넣고 지은 밥에 바왕 고렝(bawang goreng, 샬롯 튀김)을 얹고 반찬과 삼발을 곁들여 먹는 요리. 전형적인 반찬으로는 템페(tempeh) 볶음, 삶은 달걀 또는 달걀 지단, 닭 튀김, 멸치 땅콩 볶음 등이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에서 유래했다.
쌀, 코코넛 밀크, 판단 잎, 소금을 넣고 밥을 전통 방식에 따라 찌거나 간편하게 밥솥에 넣고 만든다. 잔멸치와 땅콩을 프라이팬에서 재빨리 볶는다. 달걀은 삶고 슬라이스한다. 오이는 익히거나 양념하지 않은 채 슬라이스한다. 접시의 중심에 밥을 올리고 그 주위에 멸치, 땅콩, 삶은 달걀, 오이를 빙 둘러 담는다. 삼발은 다른 반찬과 마찬가지로 쌀밥 옆에 담거나 밥 위에 올린다. 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바나나 잎 위에 밥과 반찬을 올리고 잎을 접어서 포장한다. 여러 식당에서는 절충안으로 접시 위에 바나나 잎을 펴고 그 위에 나시르막을 얹어 제공한다.
전통적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나시르막을 아침식사로 먹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침에 각자 선호하는 노점을 방문하여 나시르막을 사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한편 점심, 저녁식사나 야식으로 나시르막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나시르막 노점도 있다. 먹는 장소나 시간에 관계없이 나시르막은 밥이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 따끈따끈한 밥에 삼발을 조금 섞고 반찬을 곁들여 먹으면 삼발의 매운맛과 반찬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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