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와 월세 계약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계약을 하러 가보니 B씨의 부인이라는 사람이 대신 나와서, B씨가 병원에 있어 대신 계약하러 나왔다고 한다. A씨는 어떻게 해야 손해를 안 볼 수 있을까.
임대차 계약은 원칙적으로 임대인과 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대인의 배우자, 자녀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무엇인지 모르는 찜찜한 생각이 들지만, ‘가족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계약을 체결하곤 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임대인 가족과의 계약은 자칫 무효로 간주될 수 있고, 만약 보증금 등을 지불한 후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는 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리권의 효력과 관계 있습니다. 임대인이 가족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명확한 대리 의사가 없다면, 임대인의 가족이라도 적법하게 계약 체결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대리권을 받지 않은 자와의 계약을 무효로 취급합니다.
이 때문에 만약 분쟁이 발생하면 임차인은 위 가족이 적법한 대리권을 가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 자신이 아닌 대리인이 나왔다는 것은 임대인에게 뭔가 문제가 발생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 체결 후 임대인이 사망하면 추인을 받지 못한 셈이 되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법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임대인의 가족(무권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즉 임대인의 가족이 유효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듯한 외형을 보여주었다면, 임차인은 임대인 가족의 행위가 ‘표현 대리’, 즉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 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A씨는 ‘표현 대리’를 주장하여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마치 유효한 대리권을 지닌 사람과 계약한 것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리인의 인감 증명서,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 임대인 명의 통장으로의 계좌 이체 등의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임대인의 가족이라는 사람과의 계약 당시 상황이 녹음된 녹취자료가 있으면 더 좋겠지요. 임대인의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