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필지 위, 넓은 마당을 두고 앉힌 본채와 별채의 전경)
(간결한 선이 돋보이는 본채)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은 훌쩍 넘게 달려야 갈 수 있는 곳. 생각보다 먼 거리에 지칠 때쯤 논과 밭, 산 그리고 작은 마을이 곳곳에 담긴 수묵담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영롱한 초록빛과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 개운하다. 50대 건축주 부부는 도시에서의 숨 막히는 일상을 이곳에서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동홍천~양양 구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면 수도권과의 거리도 한결 가까워질 것이었다. 전망 좋은 이곳에 집을 짓고 부부가 단둘이, 때론 미술을 전공한 딸과 함께 자연 속 여유를 만끽할 생각으로 마음이 들떴다.
(왼쪽부터)
- 파고라 너머로 보이는 아담한 별채
- 세 개의 매스가 조합된 형태의 본채는 각도에 따라 풍경과 어우러져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처음 방문했던 대지는 한겨울인데도 따스한 햇볕이 깊숙이 들고 전망이 탁 트인 곳이었어요. 2개의 필지에 본채와 별채를 앉히길 원하셨는데, 덕분에 너른 마당을 감싸 안게 되었죠.”
건축의 전 과정을 함께했던 설계자는 ‘건축주가 원하는 것이 분명했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집짓기가 훨씬 즐겁고 수월했다’며 되짚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두 가지였다. ‘단순하고 간결하되 고유성을 가진 디자인일 것’과 ‘주말주택이지만 강원도의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따뜻한 집일 것’. 2014년 12월부터 6개월간의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시작해 2015년 8월 완공된 집은 이 두 가지 원칙을 고스란히 담았다.
(창으로 마당이 한눈에 담기는 거실 겸 주방)
너른 대지 안쪽에 정남향으로 자리 잡은 본채는 절제된 매스의 선, 스터코와 컬러강판 외장재의 심플한 조합으로 모던한 느낌이다. 대신 세 개의 박공지붕 매스가 연결된 형태에 높낮이와 놓인 방향에 변화를 주어 지루하지 않다.
별채는 박공지붕으로 본채와 연속성을 유지하되 적삼목 너와를 올리고 살굿빛 스터코로 벽을 마감해 한국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풍긴다. 내부 역시 벽과 바닥을 황토로 마감하고 한지 벽지와 장판을 시공해 한층 친근한 정서를 담았다. 본채 데크와 동쪽 파고라를 지나 아담한 별채로 이어지는 마당의 동선은 주변 풍광을 감싸 안으며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SIP(구조용 단열 패널) 공법과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것은 주택의 단열과 에너지효율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특히 SIP 공법은 두 장의 구조용 합성 목재(OSB 합판) 사이에 두꺼운 단열재(EPS)를 일체화한 패널을 조립하는 건식벽체시스템으로, 철저한 기밀 시공이 수반되면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여기에 시스템창호와 단열현관문, 열회수환기장치까지 갖추어 집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상단왼쪽부터)
-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1층 복도. 맞은편에 게스트룸이 보이고, 그 바로 옆에 서재로 향하는 계단실이 자리한다.
- 박공지붕의 선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거실. 높은 천장고가 공간의 개방감을 더한다.
- 거실에는 음악 감상이 취미인 건축주답게 오디오가 구비되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본채 안으로 들어서자 건축주가 틀어놓은 음악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거실에 놓인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멜로디의 기분 좋은 울림이 귀로, 피부로 전해진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벽과 대리석 타일의 바닥,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의 조합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다.
본채 내부는 세 개의 매스에 따라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영역으로 구성해 건축주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주택의 중앙, 맨 앞으로 놓인 첫 번째 매스 영역은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공용공간으로 구성했다. 창으로 담기는 마당과 풍경을 배경 삼아 음악을 듣곤 하는 부부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박공지붕의 선과 글루램 서까래를 노출한 천장은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마치 다락처럼 연출한 2층 서재)
(왼쪽부터)
- 손님을 위한 1층 개수대와 화장실
- 동쪽으로 바라본 1층 복도. 동선의 다양한 켜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부터)
- 공간을 분리해 욕조를 둔 2층 욕실
- 꼭 필요한 가구만 갖춘 2층 침실
PLAN - 1F (109.6m2)
PLAN - 2F (53.8m2)
공용공간 뒤쪽의 두 번째 매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성격을 띤다. 1층에는 손님용 화장실과 다용도실, 기계실을 두고, 2층에는 안방과 드레스룸, 화장실과 욕실을 하나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계획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서쪽에 배치된 세 번째 매스의 1층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옆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다락처럼 연출한 2층 서재가 자리한다.
터를 고르고, 알맞은 크기와 형태의 건물을 적당한 자리에 놓고, 온전히 내게 필요한 것들로 그 안을 채워나가는 것. 내 집을 짓는 일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내 삶을 내 모양대로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마주하는 장면들의 즐거움과 설렘,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내 집에서의 휴식 같은 시간을 원동력 삼아 부부는 또 다가올 한 주를 ‘가장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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