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STAR 인증주택, 양평숲속마을 삼각지붕집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양평 숲속마을에 마지막으로 남은 삼각형의 땅. 그 땅 위에 나무로 만든 집이 튼튼하게 뿌리내려 이야기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날렵한 지붕선과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돌출된 공간이 인상적이다)
“지난겨울 눈이 많이 온 날. 단체 메시지로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눈이 어느 정도 그칠 때가 되면 함께 나와 치우자고요. 원래 눈은 한꺼번에 나와서 딱 치워야지, 내 집 앞만 할 순 없잖아요. 그날 마을 모습은 아주 장관이었어요. 어른들은 나와서 눈 치우느라 힘들고, 아이들은 개들과 뛰어놀고.”
(삼각형 모양 대지의 두 면이 도로와 면하고 있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상상하기 힘든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일 때문에 건너간 미국 교외 지역에서 살아 본 1년 남짓의 단독주택 생활은 귀국 후 건축주 박수경 씨 가족이 전원 속에 내 집을 짓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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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면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면서 섬처럼 살 수는 없고, 외딴 시골에서 살면 이제 여덟 살 아이의 또래가 없어 외로울까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먼저 귀국해 이곳저곳 적지를 물색했다.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면서 또래 아이도 많고, 성향이나 환경이 비슷한 이웃이 모인 양평 숲속마을에 남은 마지막 땅, 그곳을 구입한 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대화와 고민을 거쳐 집을 짓기로 결정한 다음, 입주까지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후 나머지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소장을 옆집으로부터 소개받으면서부터였다. 4년간 이 소장이 지은 주택이 양평 숲속마을에만 11채나 되니 신뢰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현관문을 열면 느껴지는 탁 트인 개방감과 역동적인 계단선이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남편인 김진용 씨는 준비된 건축주였다. 입식과 좌식이 혼합된 식탁, 신발을 신고 생활할 수 있는 콘크리트 마감의 거실 바닥, 담장으로 둘러싸인 외부 캠핑 존, 개방감이 느껴지는 높은 층고의 거실, 삼각형 땅에서 두 방향으로 향한 2층 발코니 등 현실적인 그림을 설계자에게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건축주가 요구했던 사항 중 80% 정도는 이루어졌고, 이는 요구사항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이 소장은 회고한다.
(입식과 좌식이 혼합된 식탁은 건축주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주택의 부지는 길쭉한 삼각형의 대지로 두 면이 도로에 면하고 있어 건물의 배치가 매우 까다로웠다. 도로와 접한 부분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건물을 대지의 중앙에 배치해 단조로운 마당을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마당으로 나누고 옆집과 인접한 마당은 주차와 현관 진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안쪽으로는 캠핑 존을 두어 뾰족한 모서리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의 규모는 5.7평의 다락방을 포함해서 약 33평 정도다. 3인 가족을 위한 두 개의 방과 한 개의 손님방을 가지고 있는데,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손님방은 식당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가변형 벽체를 설치하였다. 또한, 경사 지붕 아래 공간을 활용해 세 개의 작은 다락을 만들어 알뜰하게 공간을 활용했다.
(부족한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5-STAR 인증은 시공사가 아닌 설계자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작년 말부터 ㈔한국목조건축협회의 5-STAR 인증위원으로 활동하는 이 소장이 아직 자신이 설계한 집은 5-STAR 인증을 받아보지 못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건축주와 시공사의 양해를 얻어 5-STAR 인증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한된 규모와 복잡한 구조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시공자와 디테일, 올바른 시공방법 등을 협의하고, 다른 인증위원 및 캐나다우드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고민과 연구 끝에 모두 규정에 맞고 구조에 무리가 없는 건물을 시공하였고, 5-STAR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1.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다용도로 활용가능한 로프트를 두었다.
2. 다락까지 이어지는 층고 높은 아이방
3. 발코니로 나가는 복도와 조적벽으로 안방과 서재 공간을 분리했다.
집의 중앙에는 높은 층고의 거실이 있고, 계단은 2층 공간에서 식당의 좌식 공간과 거실 밖의 데크까지 연결된다. X, Y, Z축을 잇는 계단을 강조하기 위해 계단이 연결된 부분을 모두 원목집성목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거대한 나무덩어리로 보이게 했다.
건축주는 아파트의 평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단독주택에 거부감이 있어 원래는 신발을 신고 바닥을 이용하고자 했지만 에폭시로 마감하여 분위기는 남기되 실용성은 살렸다. 건축주가 가구 매장에서 눈여겨봤던 입식과 좌식이 혼합된 식탁과 수납공간도 되는 마루와의 연결은 제한된 여건이었기에 가능한, 재치 있는 작품이다.
박수경 씨는 입주해 지내다 보니 계단 중간에 마련된 로프트 공간이 생각보다 아늑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전기 패널을 깔아 따뜻한 방 벽에 기대어 TV를 보다가 밤이 되면 천창으로 별들이 쏟아지는 걸 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1. 주방에서 본 아일랜드 식탁의 모습
2. 평상시에는 열어뒀다가 접이식 문을 닫으면 손님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떤 걸 선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불편함이 있지만 그걸 감수한 대신 얻을 수 있는게 있잖아요.”
아직은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다저렇다 얘기하기조차 조심스럽다는 박수경 씨는 누구에게나 맹목적으로 단독주택의 삶이 좋을 것이라고 권하지 않는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직접 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마트도, 직장도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고 본인은 그것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천장 일부를 오픈해 전용면적은 줄었지만 개방감이 느껴져 훨씬 집이 넓게 느껴진다)
인터뷰 도중 박수경 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따가 비료를 받으러 오라는 이웃의 연락이다. 공구와 농기구가 매일 택배로 온다고 미소를 지으며 푸념하는 그녀는 요즘 무슨 나무를 심을까가 제일 고민이라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이제 봄이 됐으니까 시작이에요.”
새봄을 맞이한, 나무로 만든 새집에서 탐스러운 이야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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