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다 잠시 주춤했던 '귀농·귀촌 열풍'이 최근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굳이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겠다는 귀촌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14년 비(非)농업 귀촌 가구는 3만3442가구로 전년보다 55.5% 늘어나 귀농 가구 증가율인 2.0%를 크게 앞질렀다.
귀농·귀촌을 하는 가구주의 나이는 50대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1인 가구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도 남성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귀농·귀촌의 '남성 1인 가구'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귀농·귀촌에서 '남성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이유는 부부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아 아내는 도시에 남고 남편만 내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귀농·귀촌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의견 차이는 매우 크다. 한 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편들은 전원생활이 쉬운 대도시 근교나 지방 중소도시로 이주하고 싶다는 답변이 80%인 반면, 아내들은 52%가 지금 사는 곳을 멀리 벗어나지 않거나 대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도시의 편리한 기반 시설 속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내려가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남편들은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은퇴 후 '공기 좋고 한적한 환경', '텃밭 가꾸기 같은 소일거리'를 원한다. 반면, 아내들은 '대도시 진입 1시간 이내', '문화·레저 등 편의시설', '친교 모임과 쇼핑 편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거지를 결정하는 것은 은퇴 준비의 핵심 변수로,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귀농·귀촌은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갈등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귀농·귀촌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집값이 더 높기 때문에 도시의 집을 처분하고 시골로 옮기면 상당한 금액의 차액이 발생한다. 그러나 귀농·귀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옮길 경우 오히려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에 대한 상속 문제로 불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귀농·귀촌을 결정해야 한다면 가족 사이에 대화를 통한 튼튼한 공감대를 미리 형성해야 더 만족스러운 '귀촌 은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신혜원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