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이기주의 줄이면 조직 생산성 올라간다
[경영]부서 이기주의 줄이면 조직 생산성 올라간다
필자 : 김영기 (주)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 / 경영학 박사 / HR Insight 2016.03 호
우리가 배웠듯이 인류학적으로 20만 년 전의 원시 인간은 네안데르탈(Neanderthals)인이었다. 현존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크로마뇽인(Cro-Magnons)인에 비해 네안데르탈인이 두뇌도 크고, 육체적으로 훨씬 크고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마뇽인은 번성한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쇠퇴하기 시작하여 약 3만 년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랬을까?
인류학자들을 흥미롭게 한 것은 그 원인이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은 데에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사냥하고 채집하는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크로마뇽인은 집단을 이뤄 살았고, 집단으로 협조하여 사냥을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비록 체격은 네안데르탈인 보다 적고 취약한 점이 많았지만 '협업'을 함으로써 신체적 약점과 혹독한 원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인류학자들은 '외계인이 지구의 인간을 관찰한다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협업이다'고 말한다.
《일의 미래》를 연구하고 집필한 린다 그래튼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이 발달하여 개인 생활과 삶의 환경은 파편화-소외화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점차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잘하는 능력을 갖출수록 잠재력은 크게 확대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대는 직장인들도 관계능력, 협업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추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서 이기주의 극복과 협업능력 증대방안
부서간 벽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그 동안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이러한 방법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하에서 각각의 요점을 살펴보고, 개별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천 방안을 찾아보자.
부서간 다른 문화 인정
사람의 성격이 다르듯이 기업의 각 부서도 비록 같은 조직 내에 있지만 가치관과 행동특성이 다르다.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Lawrence)와 로쉬(Lorsch) 교수는 R&D-생산-영업 업무를 대상으로 조직내 부서간의 성격차이를 깊이 연구했다. 연구결과 조직의 각 부서는 일을 처리함에서 ▲시간관념 ▲추구 목표 ▲활동의 우선순위 등에 관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컨대 R&D부서는 시간관념이 긴 반면, 생산과 영업 부서는 상대적으로 짧다. 그래서 일을 서두르자고 합의를 한 경우에도 생산과 영업부서는 며칠 내에 끝낼 것을 생각하지만, R&D에서는 한 달 쯤이면 최대로 빨리 협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생산 부서는 비용절감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대량생산을 추구한다. 하지만 판매부서는 개별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기에 다품종 소량생산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연구부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기술적 창의성이다. 비용이 들어도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시한다. 로렌스와 로쉬 교수는 조직의 각 부서는 업무가치와 목표가 다른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생각도 소속 부서의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서간 벽을 낮추고(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우므로) 부서 이기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다른 부서 직원의 업무목표와 관점을 습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성공적인 소통을 하려면 상대방 나라의 문화를 감안해야 하는 것과 같다. R&D부서 직원이 생산부 직원과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생산부의 업무가치와 목표를 감안하고, 생산부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R&D부서의 목표와 업무가치로 주장하면 부서간 벽은 해소되기가 어렵다.
앞으로 기술의 다양화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아메바 조직, 사내 창업기업 등 작은 하위조직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부서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협업을 증대하는 능력을 직원들이 갖추도록 하는 노력을 경영진과 HR부서는 앞장서야 한다.
물리적 소통공간 제공
부서간의 하위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머리의 지식이라면 업무공간의 통합은 협업의 능력을 증진하는 물리적 방법이다. '보지 못하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은 직장에서 협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시사점을 준다. 직원들이 서로 만날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며 서로 협업을 하거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증대하게 된다.
'영국의 노벨상 공장'으로 불리는 LMB(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는 1958년 프레데릭 생어(Sanger)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대학의 한 연구소가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연구원들이 만날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서로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제3의 연구 과제를 창출해 내는 데 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연구원이 만나서 교류하고 휴식을 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한 조치였다.
이곳의 연구원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에 걸쳐 공동 티타임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 시간이 되면 연구원은 휴식과 소통의 2가지 목적을 가지고 서둘러 휴게장소로 모인다. 맛있는 티와 토론용 비품들이 비치되어 있는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농담도 하며 아이디어를 나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착륙한 우주선, 실리콘밸리의 게르(유목민의 천막)'
이것은 미국 IT기업들의 신사옥에 붙은 별칭이다. 우주선은 애플 신사옥의 별칭이고, 게르는 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건설을 시작한 사옥의 별칭이다. 이들의 신사옥을 보면 물리적 공간의 통합이 벽 없는 조직, 부서간 협업, 아이디어의 통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신사옥은 축구장 7개를 합쳐놓은 크기(약 12,000평)의 단층원룸 형태로 지어진 세계 최대의 오픈 공간이다. 2,800명의 직원이 하나로 뻥 뚫린 초대형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다. 사옥 안에는 칸막이도, 문도, 파티션도 없다. 직원들 책상은 부서별로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근처에 유리문으로 된 미팅룸과 아케이드 게임방이 있다. 주커버그는 이 한 중간에 앉아서 근무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설계한 이유가 뭘까? 주커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직원들이 얼굴 맞대고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사내에 흡연공간이 있어서 미흡하나마 직원들의 만남의 공간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것마저 없는 직장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공동의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개별부서의 공간을 좁게 쓰더라도, 또는 개별부서의 휴식공간을 줄이더라도 공동의 소통공간을 여유롭게 마련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이곳에 좋은 커피도 마련해 두면 직원들이 자주 만나고, 협조사항도 논의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HR부서가 설득하고 CEO가 지원해야 된다.
한 치수 큰 모자쓰기
이는 조직의 구성원이 모두 직속상사의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직속상사의 눈높이라는 의미에서 한 치수 큰 모자 쓰기에 비유되며 'one size bigger hat'라고 말하기도 한다. 팀원이라면 팀장의 관점에서 일을 하는 것이며, 임원이자 사업부장이라면 여러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장의 모자를 쓰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팀원의 경우에는 통상 자신에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동료 팀원간 업무 갈등이 있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팀장의 눈높이에서 보면 내가 양보를 하고 상대방에 협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는 이기적 관점을 버리고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 직속상사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행동이다. 직원들이 이렇게 행동하면 자동적으로 동료간 협업이 이뤄지며, 팀으로서 전체 최적화가 되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직속상사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업무를 수행하면 상사의 신임을 받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료와의 협업과 부서간의 협업은 자동적으로 실현되게 된다.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할 방안으로 '한 치수 큰 모자 쓰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끝으로 '한 치수 높은 모자를 쓰라'는 규범을 직원들이 실천하게 하는 데에는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직속상사의 소관업무 내에 있는 다른 직원이나 부서의 업무를 돕는 행위를 평가항목으로 설정하는 방법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는 이러한 평가항목을 인사평가 시스템으로 제도화하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평가자인 부서장 개인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전체 최적화를 위한 협업 활동'을 인사평가에 반영하여 운영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근무태도-성실성 등의 평가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리더는 연초에 '평가자인 나는 우리 부서에 중요한 근무태도를 동료, 유관 직원의 업무성공에 도움을 주는 협업 활동으로 운영하겠다'고 미리 밝혀두면 된다.
소통능력의 증대
조직에서 개인간의 갈등과 부서이기주의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구성원의 소통능력 또는 관계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조직의 경쟁력은 '개인의 능력이 50%라면 상호 협력이 50%'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구성원의 높은 소통능력(관계능력)은 기업의 엄청난 자산이 된다.
개별기업 단위에서 소통능력을 증대하여 경영에 성공한 기업은 많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이 회사는 저비용 항공사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1971년 설립 후 45년 동안 정리해고 인원은 단 4명뿐일 정도로 인간존중의 경영을 하면서도 탁월한 성공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이 직원들의 소통과 관계능력을 중요시하는 정책 때문이다. 경영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들은 다른 기업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협업의 행동이 뿌리내리고 있다. 직원들의 관계능력이 높은 이유는 선발과 교육에서 나타난다. 선발과정에서부터 관계 역량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며, 채용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능력을 훈련한다. 이들은 사람을 선발할 때 팀워크 능력과 같은 '유연한 역량'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사우스웨스트에서는 누구든지 아무 일이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근무규정에 자세한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직무 설명서의 끝에는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모두 포함'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일의 미래》의 저자 린다 그래튼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은 분화되고 사람의 관계는 소외화 되어 간다. 반면에 기술이 분화될수록 타 분야와의 연계와 통합을 할수록 성공의 잠재력은 크게 확대된다. 이를 위해 앞으로의 시대는 직장인들에게 관계능력, 협업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직원 채용과 이후의 교육에서 관계능력을 중요시해야 하는 당위성이 명확해 진다. 이것은 HR담당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관계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로 한다. 집단과제 부여, 역할연기, 협상게임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설계할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추진하면 가능해진다. 여기서는 채용 후의 관계능력 교육에 대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이 감안할 사항을 요점만 짚어보자.
필자는 20여 년간 미국 하버드 대학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전문 훈련기관에서 관계 능력을 증진하는데 사용하는 교육 내용과 기법들을 직접 접하여 왔다. 그 중에는 READ분석, PCS대화, ABCD대화, PIVER 분석, 행동과 의도의 구분 등이 있다. 이런 내용은 훈련이 끝나면 학습자들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러한 내용을 시범적으로 소개했을 때에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습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 동안 직장인이 받아왔던 소통 교육이나 관계 역량 교육이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HR담당자들은 소속기업에서 직원들의 관계능력을 교육하는 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그리고 효과가 검증된 내용과 방법을 찾으면, 그것을 지속해서 직원들에게 교육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