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집 터를 정하는 방법, 건강 유지 비결, 곡식 재배법, 채소 및 약초 경작법, 나무 키우는 법, 화초 가꾸는 법, 누에 치는 법, 가축 및 물고기 등의 양식법, 음식 요리 및 저장법, 응급처치법, 흉년 대비법, 전염병 대응법, 해로운 동물 및 곤충 퇴치법, 약재 사용법, 길흉일 선택법, 문방사우 및 서화 등을 관리하는 법 등 내용이 생활 전반에 걸쳐 실로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의 부동산과 관련된 풍수지리학 바탕의 집 터 정하는 방법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특히 이 내용 속에는 흔히 말하는 명당의 요건 외에 흉당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있어 옛 사람들이 바라본 흉당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생깁니다.
2002년말 대통령 선거 전에 풍수지리학적으로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한 풍수지리학자 김두규 교수에 따르면, ‘산림경제’에서 말하는 흉당은 옛날 전쟁터, 가마터, 무덤 등입니다. 물론, 그밖에 큰 성문이나 감옥 문을 마주하는 곳, 출입구를 쏘는 듯한 물이나 산이 있는 곳, 산 능선이 집이나 건물을 찌르는 곳 등 흉당의 범위는 넓고 다양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예로부터 기피돼 왔던, 위에서 언급된 지역에 오늘날 많은 주택가가 들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림경제’에서 언급된 옛날 전쟁터, 가마터, 무덤 등 흉당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지형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풍수지리란 영원히 고착화된 지형적 환경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옛 흉당이 과연 인간의 대규모 도시 개발로 명당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로 개발된다는 것 자체가 그 땅이 명당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명당이기에 사람이 모여들고, 흉당이기에 인적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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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에 흉당은 없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이런 관점은 해석에 따라 대량 물량공세나 자본 투입으로 풍수지리 등 자연의 이치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다시 자연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오늘날의 인류의 화두로 귀결됩니다. 과연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켜 풍수를 바꾸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연의 지세가 명당의 요건을 갖춰 대규모 도시로 개발되는 것일까요. 생각해볼수록 닭과 달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